당신이 잘 모르는 사람, 가수 김흥국
2016-03-10
사람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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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타임:고속버스 전문 매거진-당신이 잘 모르는 사람, 가수 김흥국 

연예인을 우연히 마주쳐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묘한 기분을 알 것이다. 커다란 스크린과 브라운관 너머 딴 세상 인물처럼 한없이 낯선 동경의 대상이지만 막상 현실에서 마주친다면 마냥 낯설기만 할 것 같은 존재. 그 존재가 내 눈앞에 서 있을 때, 우리는 당황한다.

 

그러나 여기 그렇지 않은 이가 있다. 길에서 만나면 마치 십년지기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을 것만큼 친숙한 이미지가, 바로 가수 김흥국의 대중적 이미지다.

인기순위 1,2위를 다투는 초특급 스타도 아니고, TV만 틀면 나오는 예능인도 아니고, 히트곡이 많은 가수도 아니지만 1989년 호랑나비의 공전의 히트 이후, 무려 25년간을 가수 김흥국은 우리 곁에 꽤나 가까이 안착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축구와 기러기 아빠, 호랑나비와 59년 왕십리, TV 속의 유쾌한 이미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그것만으로 그를 안다 말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 같은 사람, 김흥국에 대해 우리가 잘 알지 못 했던 것들다른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딸과의 약속, 어머니와의 약속

몇 년 전에 김포로 이사했어요. 데뷔 초반에는 고향 번동에 살면서 동네를 많이 알리는 데 내가 일조를 좀 했지. 그러다가 기러기 아빠가 되고, 강남에 꽤 오래 살았어요. 강남에 살다 보니 일 끝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술을 자주 마시게 되고 건강을 많이 해쳤어요. 그러다 우리 딸이랑 약속을 했지. 서울 외곽으로 이사를 하기로. 집이 멀면 술을 덜 마시게 된다나? 딸이 약속 지키라고 계속 성화하는데, 난들 별 수 있어요? 다니느라 좀 불편해도 이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이사했어요.

딸과 약속을 지키고 나니 이번에는 문득 어머니와의 약속이 떠오르더라고요. 돌아가신 어머니가 독실한 불교 신자셨는데, 나한테 꼭 한번 설악산 봉정암에 가 봐라라고 하셨거든. 뭔가 간절히 원하는 게 있을 때 봉정암에 가서 기도를 드리면 꼭 이뤄질 거라고 말이야. 늘 일이 바빠서 촬영 말고 따로 여행은 엄두도 못 냈는데, 왠지 예전 어머니와의 약속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큰맘먹고 친구들을 모아 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다녀왔어요. 축구 말고는 생전 등산도 안 하다가 험한 산길을 오르려니 힘이 들었지요. 봉정암 가는 길에 꼴딱 고개라고 있는데, 그쯤 가면 정말 숨이 꼴딱꼴딱 차요. 그렇게 힘들게 친구들과 설악산 봉정암을 다녀온 게 아직도 내 마음 한켠을 아련하게 해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킨 것도 뿌듯하고 60이 다 된 친구들끼리 여행을 다녀온 것도 참 행복하고요.

 

가수협회 회장으로 하는 또 하나의 약속

(대한)가수협회는 부활한 지 10년쯤 됐어요. 전임 회장들이 열심히 했는데도 여전히 협회 상황이 열악하죠. 협회 살림이 좋으면 형편이 좋지 않은 가수들도 도울 수 있을 텐데 현재로선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제 바람은 회원들을 늘리고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서 협회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연예인은 엄청 돈도 잘 벌고 화려한 삶을 산다고만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해요. 취임하고 나서 가장 놀란 것이 가수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는 거예요. 흔히 알려진 대중 가수 말고도 세대별로 정말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있더라고. 같은 가수들끼리도 몰랐는데 대중들이 그런 사람들을 알 턱이 있나. 인기 또는 유명 가수뿐 아니라 원로 가수들,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명 가수들까지 그런 분들이 가수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협회 살림을 잘 꾸려보고 싶은 게 제 소망입니다. 특히 협회가 가수들의 복지 향상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는 방송국 출연료 인상이 절실하구요, 저작인접권자로서의 가수들의 권리를 찾는 일에 앞장 설 계획입니다.

 

 

레스타임:고속버스 전문 매거진-당신이 잘 모르는 사람, 가수 김흥국 

김흥국 씨는 여전히 유쾌한 사람이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내 미소가 또 백만 불짜리지~ 하며 활짝 웃어주고, 비슷비슷한 질문은 예전 인터뷰 자료를 참고해서 기사를 쓰라고 하면서도 여행 얘기는 다른 데서 안 했던 건데 말이야~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었다. 짧은 인터뷰를 통해 그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딸과 어머니와의 약속을 기억하고 그 약속을 지켜낸 것. 그리고 가수 협회장으로써 또 하나의 약속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는 것. 그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의 팬이 된 것 같다.

 

 

기자/에디터 김홍미 사진 정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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