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딸아!
2016-04-08
달려라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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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타임:고속버스 전문 매거진-고맙다, 딸아! 

효룡아, 효경아, 효성아밥 먹고 학교 가야지!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세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출근해야 하는 나로서는 늘 아침시간이 전쟁이다. 전북 정읍에서 작은 농장과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며 사는 우리 부부는 큰 욕심없이 세 아이가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느새 내 키보다 더 크기 시작하면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을 하게 된다. 특히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게 된 딸 효경이와의 관계가 늘 신경 쓰였다.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둘째로 어릴 적부터 양보와 배려가 몸에 밴 아이였던지라, 딸이 없었으면 어떻게 세 아이를 키울 수 있었을까 생각하며 의지를 하던 딸이었다. 그런데 사춘기가 시작되었는지, 엄마와의 대화가 줄어들고, 사소한 말에도 팩 토라지기 시작했다. 딸아이와의 시간을 따로 가져야겠다 생각뿐이었고 직장일과 가정살림에 바빠 제대로 붙잡고 대화하지도 못 하고 있었던 것.

그러던 중,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봄방학에 서울 이모집에서 놀러오라는 연락이 왔다. 같은 나이의 육촌동생이 있어 둘이 방학마다 만나기로 했던 모양이다. 일이 바빠 방학 때 따로 놀러 가지도 못 했는데 잘 됐다 싶어 서울에 보내기로 했는데, 문제는 서울까지 갈 차편이 마땅치 않았던 것. 작은 시골 동네에 살면서 엄마 아빠 없이는 정읍을 벗어나 본적이 없는 아이. 어떻게 갈지 물어보려는데, 아이가 쿨하게 답한다. “내가 애야? 버스 타고 가면 되지. 혼자 갈 수 있어.”

그렇게 아이를 서울에 보내는 날, 정읍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만 태워보내면 서울 터미널에 이모가 나와 있겠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게 엄마 맘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표를 끊는데, 딸이 갑자기 울먹거린다. “엄마나 솔직히 혼자 가기 무서워. 엄마도 같이 가면 안 돼?” 오랜만에 보는 우리 딸의 표정, 늘 내 품에 안기며 칭얼대던 내 아기의 표정이다. 나는 딸을 꼭 안아주며 그래, 같이 가자! 해 버리고 말았다.

허둥지둥 남편에게 전화해 허락받고, 휴대폰 매장 문을 닫고 딸과 함께 타게 된 고속버스. 옆자리에 앉아 소곤소곤 이야기나누고, 휴게소에서 어묵, 떡볶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언젠가부터 어른처럼 느껴졌던 내 딸, 여전히 나의 사랑스러운 아가였다. 그러고 보니 딸 아이와 둘만 어딘가로 여행을 가 본 것이 처음이다. 평생 잊지 못 할 소중한 추억을 남긴 것 같다. 고맙다, 딸아! 그리고 사랑한다.

 

- 전북 정읍 최경숙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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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디터 기획 김홍미 기자

레스타임 2016년 4월호 | ⓒrestim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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