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과 나무 인문학자의 동행, 눈을 감고 나무의 목소리에 함께 귀 기울이다
2016-06-18
자연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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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보지 않고도 나무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여러 수상경력도 화려하며, 독주회 연주회 등 완성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예지, 그녀가 다른 피아니스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두 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어버린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녀는 장애인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등 당당히 자신의 연주 실력을 증명하며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까지 나무는 장애물이었단다. 함께 동행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찬미가 나무를 잘 피해 다니며 길을 안내해주지만, 사람 눈높이의 나뭇가지는 살펴보지 못 해서 종종 가지에 부딪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그런 그녀와 정반대로 나무 앞에만 서면 가슴 설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 선생. 우리는 흔히 대상을 으로 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볼 수 없다면 어떻게 그 대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 둘이 함께 나무를 느끼고 나무의 참모습을 찾는 과정이 이 책 안에 펼쳐져 있다.

 

레스타임:고속버스 전문 매거진-시각장애인과 나무 인문학자의 동행, 눈을 감고 나무의 목소리에 함께 귀 기울이다 

시각 경험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나무를 관찰하는 데에 익숙한 내가 그녀가 했던 것처럼 그토록 천천히, 그리 꼼꼼하게 나무의 작은 한 부분을 탐색한 적이 있었을까. 식물 전문가 중에서도 그토록 세심하게 오랜 시간 동안 정성 들여 나무에 다가서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과연 나무를 그동안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얼마나 사랑한 것일까. (중략) 청맹과니는 그녀가 아니라 내 쪽일 수 있다는 깨우침이 일었다. 오래도록 시각의 절대적인 힘에 의존해왔던 나무와의 소통. 그것이 오히려 나무의 실체에 다가설 수 없게 만드는 장애 요소일 수 있었다는 생각까지 마음에 찰랑거렸다.

 

- 슈베르트와 나무 중 ​

 

레스타임:고속버스 전문 매거진-시각장애인과 나무 인문학자의 동행, 눈을 감고 나무의 목소리에 함께 귀 기울이다 

서른 여섯, 나는 나무를 처음 보았습니다

 

20154월부터 20161월까지 10개월 동안 진행된 나무 답사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였다.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동안 계절에 따른 나무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고 이야기한 것. 두 사람이 온몸으로 느낀 나무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무는 어떤 존재인지, 나무를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나무의 참모습을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나무는 누군가에게는 곁에만 있어도 가슴 설레는 존재, 누군가에게는 바라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자연물, 누군가에게는 걷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이었다. 함께 나무를 바라보고 나무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도 했다. 이렇듯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시각뿐만이 아니라 청각, 후각, 촉각, 미각으로, 나아가 마음으로 나무를 느낀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나무의 참모습을 전해준다. 두 사람이 함께 나무를 바라보며 귀 기울인 서로의 목소리는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듣지 못했던 나무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레스타임:고속버스 전문 매거진-시각장애인과 나무 인문학자의 동행, 눈을 감고 나무의 목소리에 함께 귀 기울이다 

모든 사람이 모양과 빛깔로 꽃을 볼 때, 오로지 생명의 기운으로 꽃을 바라본 조선시대의 시인 박준원처럼 김예지도 꽃을 모양과 빛깔로 보지 않았다. 한 그루의 나무를 알기 위해 나무 곁에 다가서서 먼저 흐르는 바람결을 온몸으로 맞이했고,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새어나오는 새 소리, 벌레 소리에 귀 기울였다. 곁에 다가서서 나무줄기의 표면을 어루만졌고, 때로는 차가운 나무줄기에 귀를 대고 한참 동안 숨을 죽였댜.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처럼 그녀는 말했다. 대상을 감지하는 건 어떤 감각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다가서려는 관심과 성의가 전제된다면 시각이냐, 촉각이냐, 후각이냐, 청각이냐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고 몇 차례 거듭해 이야기했다.

 

 

기자/에디터 김홍미 사진 자료 제공_ 휴머니스트

레스타임 2016년 6월호 | ⓒrestim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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