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잡고, 고기 팔고, 고기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죽변항의 하루
2016-06-20
산지직송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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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타임:고속버스 전문 매거진-고기 잡고, 고기 팔고, 고기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죽변항의 하루 

새벽 3시의 죽변항

 

죽변항을 드나드는 배는 참으로 다양하다. 광어, 도다리, 청어, 홍게 등 안 잡히는 물고기가 없다. 흔히 울진대게라 하여 대게가 많이 잡히는 고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게철이 보통 12~5월이라고 하지만 요즘 대게 물량이 많이 고갈되어 겨울 즈음에 서둘러 대게잡이는 마무리된다. 대신, 홍게는 산란기인 7월에서 9월 사이 금어기를 빼고는 사시사철 많이 잡히는 편. 그래도 요맘때 홍게가 가장 살이 쫄깃하고 다리까지 꽉 차 있으니 이 또한 제철이라고 할 수 있겠다. 5~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오징어잡이가 시작되는데 오징어잡이 배들은 오후에 출항하여 하루 종일 조업하고 아침에 들어오는 게 보통이다.

일반 고기잡이 배들은 새벽 3시에 조업을 나간다. 허가를 받은 구획어업 구간이 있기 때문에 늘 같은 자리에 그물을 설치해 두고 매일 같은 시간에 그물을 올린다. 워낙 그물이 크고 무겁기 때문에 배에 크레인이 설치되어 크레인으로 고기를 끌어 올린다. 이 날 잡힌 고기는 청어떼. 청어는 통발로 잡을 수 있는 문어, 골뱅이의 미끼로 많이 쓰인다. 운이 나쁜 날은 그물이 텅 비어 있는 날도 있지만 이 날은 만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삶을 지속하려는 자만이 연장을 만든다. 바다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 죽변항에 돌아오는 어선과 어부들을 보면서 나는 신석기 이래 이 물가에서 먹고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동료의식을 느꼈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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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의 죽변항

 

죽변은 울릉도에서 직선거리에 있으며 한때는 포경선들이 줄을 섰던 곳이다. 그런 연유로 죽변초등학교의 교문은 고래의 턱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울진대게와 오징어, 정어리, 꽁치, 명태 잡이로 이름난 항구가 죽변항이었다. 죽변은 어업 전진 기지로 명성을 날렸고 동해안에서도 규모가 크기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죽변항의 경매는 보통 배가 들어오는 아침에 한다. 수협을 통해 하게 되는 경매는 중매인만 경매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중매인이 되기 위해서는 미리 심사를 거쳐야 하고 많은 돈을 담보로 해야 한다고. 일반 소매상들은 중매인을 거쳐서 구입하고 중매인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알 수 없는 암호들이 오가는 경매 광장을 지켜보다 보면 별세계에 온 듯 눈이 휘둥그레진다. 죽변항에서 10년 넘게 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준호 대표는 중매인으로 매일 죽변항에 나가 경매에 참여한다. 좋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 1분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 배가 한꺼번에 잔뜩 들어왔다 순식간에 휘리릭 빠진다.

도매상이 아니라 경매에 구경을 간 여행객들에게도 싱싱한 생선을 구입할 기회는 있다. 다리가 한 두 개 떨어진 홍게, 바구니채 파는 각종 잡어들을 일반인들에게 파는 아줌마들이 있기 때문. 펄펄 뛰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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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는 마치 장대높이뛰기 선수처럼 땅 위의 점을 딛고 몸을 솟구쳐 올렸다. 대게가 선착장에서 물로 뛰어내리려는 순간, 경매중개인이 대게를 집어서 다시 10열 종대 안에 거꾸로 뒤집어놓았다. 끌려온 대게는 다리 10개로 허공을 긁어댔다.”

-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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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의 죽변항

 

죽변항은 주변에 거느린 명소들도 많다. 덕천리 백사장으로부터 후정리와 죽변등대 남쪽의 봉평리, 그리고 온양리까지 이어지는 드넓은 백사장은 통틀어 봉평 해수욕장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그 길이가 무려 10km에 이른다. 동해의 파란 물과 깨끗한 모래는 해수욕장으로 더할 나위 없다. 죽변항 부근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로는 죽변에서 온양리에 이르는 4.4km 구간이 중간에 봉평 신라비도와 봉평휴게소 등이 있어 잠시 차를 세우고 동해를 감상할 수도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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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바다와 강 그리고 산, 3박자를 갖춘 울진에서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죽변항 근처 맛집으로는 왕돌회센터(054-788-4959)를 추천한다. 울진 죽변항에서 나고 자란 이준호 대표가 10년 이상 이어온 울진 토박이 맛집이다. 동해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펄떡거리는 싱싱한 회 맛은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울진 토박이이자 20년 경력의 스쿠버다이버인 주인이 직접 잡은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데 자연산 문어를 비롯 해삼, 소라와 손 낚시로 잡아올린 농어 등 화려한 해산물의 향연을 기해해도 좋다. 여기에 독도새우라고 불리는 꽃새우도 맛볼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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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항에는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아서 내 아침 산책의 발걸음은 늦어졌다. 식당들은 마당에 줄을 매고 생선을 말리고 있었다. 신석기 시대의 큰 생선이었다. 큰 방석만한 가오리가 햇볕에 말라가고 있었다.”

-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기자/에디터 김홍미 사진 문형일, 이영준

레스타임 2016년 6월호 | ⓒrestim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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