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고속버스
2016-03-02
달려라 버스

레스타임:고속버스 전문 매거진-어머니와 고속버스 

​​

내 고향은 안동과 예천 사이에 있는 풍산읍이다. 형제자매들이 오래전에 모두 타지로 나와 이젠 고향에 내려갈 일이 별로 없지만 90세이신 어머니께서 아직도 고향집을 지키고 계셔 가끔 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간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던 시절엔 서울에서 안동까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더라도 4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터널도 뚫리고 고속도로도 생겨 버스를 타고 2시간 조금 넘게 달리면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집에 도착한다. 청량리역에서 기차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오래 걸리고 많이 불편해 혼자 내려갈 땐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미리 전화를 드리고 내려가면 연로하신 어머니께서 아들 좋아하는 손칼국시를 만들기 위해 부엌에서 홍두깨를 힘겹게 밀고 계시기에 가끔은 알리지 않고 불쑥 내려가기도 한다.

연로한 어머니 역시 서울에 올라오실 땐 늘 버스를 이용하신다. 안동까지 나가지 않고 풍산 읍내에서 바로 탈 수 있는 버스가 하루 네 번이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력이 많이 쇠약해 지셔서 짐이 가벼워졌지만 수년 전까지는 자신의 몸무게에 가까운 보따리를 들고 동서울 터미널에 내리셨다. “서울에 다 있으니 제발 무거운 짐 들고 다니시지 마세요.”라고 매번 말씀 드렸지만 어머니는 늘 약속을 어기고 자식들에게 나눠줄 반찬이나 음식들을 차곡차곡 쌓은 짐 보따리를 들고 올라오셨다. 겉으론 들고 오시지 말라고 말씀드렸지만 속으론 어머니가 이번엔 어떤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오실까? 궁금하기도 했다.

문경새재를 굽이굽이 돌아 안동으로 내려가며 보았던 3번 국도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은 많이 사라졌지만 고향으로 가는 버스여행은 어머니를 뵐 수 있어서 여전히 즐겁고 추억을 돋게 한다.

글과 사진

남병화

스포츠서울 뉴미디어국 부국장

 

 

기자/에디터 김홍미

레스타임 2016년 3월호 | ⓒrestim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링크